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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소리

[사설]예고된 확진자 폭증에도 혼선 자초한, 얼빠진 선관위

[사설]예고된 확진자 폭증에도 혼선 자초한, 얼빠진 선관위

입력 2022-03-07 00:00업데이트 2022-03-07 08:42
코로나19 확진·격리자에 대한 20대 대선 사전투표 마지막 날인 5일 전국 투표소 곳곳에서 큰 혼란이 빚어졌다. 확진자가 투표한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직접 넣지 않고 투표사무원이 택배상자와 쓰레기봉투, 소쿠리 등에 제각각 담아 옮기는 과정에서 유권자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확진자에게 이미 기표된 투표용지를 나눠주는 황당한 일까지 벌어졌다.

이번 사태를 낳은 것은 선관위의 안이한 태도와 부실한 관리다. 선관위 측은 투표에 참가하는 확진자 수가 급증할 것으로 예측하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으로 대선을 전후해 20만 명 이상의 하루 확진자가 나올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 것이 올 1월이다. 사전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여야의 지적에 대해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은 지난달 국회에서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종합대책이 마련돼 있다”고 호언했다. 도대체 선관위가 지금까지 무슨 준비를 했는지 의문이다.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선관위는 혼선이 빚어진 주요 원인 중 하나로 ‘투표구마다 동시에 2개의 투표함을 사용할 수 없다’는 공직선거법 규정을 들고 있다. 이런 규정이 있다면 확진자의 투표 시간을 달리하거나 투표소를 별도로 지정하는 등의 방법으로 미리미리 해결책을 찾았어야 한다. 반면 선관위는 ‘(선거인이) 기표 후 투표용지를 직접 투표함에 넣어야 한다’는 공직선거법의 다른 규정에 대해서는 지키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납득하기 어려운 태도다. 또한 선관위는 확진자의 투표 신청을 따로 받지 않아 몇 명이 대선 사전투표에 참여했는지조차 집계하지 못하고 있다. 기본 중의 기본조차 지키지 않으면서 핑계만 늘어놓고 있는 것이다.

 
5일 현장에서 큰 혼란이 빚어지고 있는데도 노정희 중앙선관위원장은 출근조차 하지 않았다고 한다. 파문이 커지자 6일에야 선관위 명의로 “매우 안타깝고 송구하다”는 입장문을 내놨다. 선관위가 이번 사태의 엄중함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사전투표보다 더 많은 확진자가 투표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9일 본투표에서는 사전투표와 같은 혼란이 빚어져서는 안 된다. 자칫 선거 불복 논란으로 번지지 않도록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