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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도청 각 부서 업무추진비로 李 후보 집 음식 배달, 공직관이 뭔가

[사설] 도청 각 부서 업무추진비로 李 후보 집 음식 배달, 공직관이 뭔가

조선일보
입력 2022.02.12 03:24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아내 김혜경씨와 함께 설 명절인 지난 1일 경북 안동시 안동 김씨 화수회를 방문, 어르신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경기지사로 재직하던 시절 자택으로 배달된 음식 값 지불에 경기도청 산하 5개 부서의 업무용 예산을 유용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근거가 나왔다. 도청 7급 공무원으로서 이 후보 아내 김혜경씨의 사적 심부름과 법인 카드 사적 유용에 동원됐다고 폭로한 A씨가 작년 4~10월 결제하고 취소했던 개인 카드 영수증 10장을 경기도 각 부서 업무추진비 지출 내역과 비교해보니 6건의 사용처·액수·날짜가 동일하다는 것이다.

A씨는 이 후보 집에 갖고 갈 쇠고기 값을 개인카드로 먼저 결제한 뒤, 다음날 점심시간에 이를 취소하고 법인 카드로 재결제한 적이 있다고 했었다. 이번에 같은 ‘바꿔치기’ 방법이었다며 공개한 영수증에는 성남 소재 닭백숙·초밥·복어·중국 음식 전문점 등이 골고루 포함돼있었다. 이 후보 집에 각종 음식 배달하는 게 경기도청의 ‘업무추진’인가.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비용은 경기도청 최소 5개 부서의 예산으로 충당한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 총무과가 닭백숙집에서 ‘지역상생협력을 위한 간담회’ 명목으로, 노동정책과가 복어 음식점에서 ‘노사협력 간담회’ 명목으로 이 후보 집에 배달된 음식에 대한 법인카드 결제 비용을 떠안는 식이었다. 이 과정을 보면 공사(公私) 구분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공직에 대한 기본 관념조차 없는 것처럼 보인다. 대통령이 된다고 없던 절제와 양식이 갑자기 생기겠나.

김혜경씨는 지난 9일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는 했지만 무엇에 대한 사과인지 밝히지 않으면서 “수사와 감사에 협조하겠다”고만 했다. 이 후보도 수차례 사과는 하면서도 “공직자로서, 남편으로서 제 부족함과 불찰이라고 말씀드린다”는 식으로 얼버무리기만 하고 있다. 모두 말장난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후보 측은 의혹이 처음 제기됐을 때는 ‘허위 사실’이라며 거짓말을 했다. A씨가 공개한 영수증 10여 장, A씨와 배씨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통화 녹취와 집 앞에 배달된 음식 사진들만으로도 해당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는 짐작이 가능하다. 국민을 바보로 아는 게 아니라면 이 후보와 김씨는 직접 구체적인 해명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