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페이스북 폐해 논란, 강 건너 불구경 아니다
중앙선데이
입력 2021.10.09 00:21
업데이트 2021.10.09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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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로고. 미국 청문회에 나온 내부고발자의 폭로로 전세계의 핫이슈로 떠올랐다.[AFP=연합뉴스]
페이스북 전 직원, 미 청문회에서 내부 고발
“불안 조성, 사회 분열, 민주주의 약화” 주장
편향적 알고리즘이 문제 … 정교한 대책 필요
페이스북이 요즘 논란이다. 국제사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5일 미국 상원에서 열린 페이스북의 ‘도덕적 파산’을 주장하는 내부고발자 청문회가 대표적이다. 페이스북 직원이었던 프랜시스 호건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이 자체 연구를 통해 어린이와 청소년에 불안감을 조성하고, 사회를 분열시키며, 민주주의를 약화시키는 등의 해악을 끼친다는 것을 파악하고도 외면했다”고 폭로했다.
주요 글로벌 미디어들의 반응도 비판 일색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9일 “페이스북이 평판 회복 불능의 지점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공격했다. 가디언은 페이스북을 ‘안티 소셜 네트워크’라고 비꼬았다. “거대 테크기업들이 거대 권력을 축적할 수 있었던 시대가 감사하게도 막을 내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호건의 주장은 구체적이다. 그는 청문회에 앞서 월스트리트저널과 인터뷰에서 페이스북의 민낯을 공개했다. 페이스북이 지난 3년간 인스타그램을 심층 분석했는데, 인스타그램이 10대 소녀들의 불안과 우울증, 자살 충동 증가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도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또 페이스북이 사회 불안과 선정성 논란을 조장하고 있다는 것, 개발도상국의 마약 카르텔과 인신매매 집단이 페이스북을 악용하고 있다는 사실도 고발했다.
페이스북이 이런 폐해에 눈을 감은 이유가 충격적이다. 호건은 “알고리즘을 더 안전하게 바꾸면 이용자가 사이트에서 보내는 시간과 광고 클릭 기회를 줄여 수익이 악화할 것이라는 사실을 파악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페이스북 이슈는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전 세계 페이스북 이용자는 올 2분기 기준 28억9500만 명에 달한다. 인스타그램 역시 10억 이상의 계정이 활동 중이다. 한국 내에서도 페이스북 이용자만 1800만 명에 달한다. 천문학적 숫자의 이용자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이 기획한 알고리즘의 노예가 될 수 있다.
카카오톡·네이버·다음 등 국내 소셜미디어도 이런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예컨대 포털의 편향적인 뉴스 편집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관련 업계는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의 알고리즘이 뉴스를 고르기 때문에 편향적이지 않다”고 주장하지만, 그 알고리즘 역시 인간이 만들어낸 것 아닌가. 알고리즘 로직을 공개하라는 여론에는 ‘기업 비밀’을 이유로 거부하는 상황이다.
국내·외 소셜미디어가 연계되면서 복합적 폐해를 낳기도 한다. 최근 사례로 코로나 백신 음모론을 들 수 있다. 백신을 맞으면 ‘여성은 평생 임신을 할 수 없게 되고, 남자는 5년 안에 암에 걸려 죽는다’는 황당한 얘기다. 과학적 근거가 없는 낭설이 전파되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서비스 이용자들이 비슷한 계속 콘텐트에 노출되면서 확증편향의 오류에 빠져든다는 점이다. 소셜미디어의 알고리즘 때문이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에 따르면 국내 백신 미접종자는 550만 명에 달한다. 이들이 백신을 거부하는 주된 이유가 부작용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소셜미디어는 편리하다. 하지만 그 부작용을 막는 정교한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독점적 시장을 확보한 소셜미디어의 파급력을 고려할 때 더욱 그렇다. 이용자와 관련 업계 모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실제로 자극적·당파적 정보에 솔깃해 이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지 않은가.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크게 위협하고 있다.
특히 테크기업들이 사회적 책임을 무겁게 인식해야 한다. 핵심은 신뢰성이다. 편향·허위정보가 누적돼 불신을 받게 되면 첨단 서비스도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다. 넷스케이프·야후·MSN메신저·프리챌 등 한때 번창했던 소셜미디어들의 역사를 우리는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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