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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美 국무부 보고서 “한국서 사업하려면 체포·기소 각오해야”

[사설]美 국무부 보고서 “한국서 사업하려면 체포·기소 각오해야”

동아일보 입력 2021-07-24 00:00수정 2021-07-24 00:00

 

뉴스1

 

미국 국무부가 그제 내놓은 ‘2021 투자환경 보고서’는 한국에 진출한 외국기업 경영자들이 체포, 기소 등 법률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 170개국을 분석한 이 보고서는 다른 나라에 투자하는 미국 기업이 참고할 수 있도록 작성한 것으로 각국의 사업 환경이 기업에 얼마나 친화적인지 보여준다.

 

보고서는 한국의 코로나19 대응, 정치 안정, 공공 안전, 세계 수준의 사회간접자본과 숙련 노동자 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법률, 규제의 문제점을 소상히 지적했다. 특히 법제도와 관련해 “외국 기업의 한국지사 최고경영자(CEO)는 회사의 모든 행위에 법적으로 책임져야 하며, 때로 회사의 법규 위반으로 인해 체포되거나, 기소될 수 있다”고 했다. 한국GM 카허 카젬 사장이 불법 파견 혐의로 2년간 두 차례 출국정지를 당하는 등 선진국에서 보기 드문 외국인 CEO에 대한 형사 조치가 한국에선 빈발한다는 경고다. 실제로 과중한 CEO의 법적 책임 때문에 한국 지사장으로 오려는 사람이 없어 여러 해외 기업들이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외국인 눈에 한국의 기업 CEO가 ‘위험한 직업’으로 비치는 건 기업과 기업인에 대한 과도한 규제와 처벌 때문이다. 한 명이라도 근로자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사업주, 경영책임자를 ‘징역 1년 이상, 벌금 1억 원 이상’ 형사처벌하는 중대재해처벌법 등 기업인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는 규제가 속속 도입되고 있다. 게다가 국무부 보고서가 “법률 80%가 엄격한 영향평가 없이 의원입법 형태로 입법화된다”고 꼬집은 것처럼 규제 법안이 너무 쉽게 양산되고 있다. 작년에 출범한 21대 국회는 올해 상반기까지 1300여 개 규제법안을 의원입법 형태로 발의해 ‘역대 최다(最多) 규제 국회’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기업을 규제 대상으로만 보는 정치권의 왜곡된 시각과 관행 탓도 크다. 툭하면 대기업, 금융회사에 각종 기여금 등 준조세 부담을 지우면서 국정감사 철만 되면 온갖 이유로 기업인을 국회로 불러내 윽박지른다. 7월 국회에서도 여당은 대기업을 중소·벤처기업 기술을 탈취하는 집단으로 보고 처벌을 강화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법’ 등의 규제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이런 식이라면 외국 기업 유치만 어려운 게 아니라 한국 기업의 해외 탈출도 막기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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