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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소리

[사설] 남에겐 추상같이, 박원순 김어준에겐 봄바람같이

[사설] 남에겐 추상같이, 박원순 김어준에겐 봄바람같이

조선일보

입력 2021.06.07 03:24

 

청와대 전경./조선일보 DB

문재인 대통령이 여성 부사관 성추행 사망 사건의 책임을 물어 공군 참모총장을 사실상 경질했다. 유족에게 “국가가 지켜주지 못해 죄송하다”며 ‘최고 상급자’까지 엄중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군 통수권자로서 당연히 해야 할 사과이고 필요한 조치다. 그런데 이 내용을 전한 기사에 ‘어떨 때 침묵하고 어떨 때 엄중 수사 지시냐’는 댓글이 많이 달렸다. 박원순·오거돈의 성범죄엔 침묵했던 이중적 태도를 지적한 것이다.

상관이 부하에게 저지른 성범죄란 점에서 박원순·오거돈 사건은 공군 부사관 사건과 다르지 않다. 조직적으로 사건을 덮으려 했고, 2차 가해까지 있었던 점도 같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민주당 시장들의 성범죄에 대해선 수사 지시는 물론이고 입장조차 제대로 내놓은 적이 없다. 피해자에게 사과도 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박원순 사망 6개월 뒤에야 무슨 뜻인지도 모를 “안타깝다”는 말만 했고, 오거돈 성범죄에 대해선 언급조차 않았다.

여당은 박원순을 칭송하는 플래카드를 서울 전역에 내걸었고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이라 불렀다. 정권 전체가 2차 가해에 나선 것이다. 성추행 범죄로 만들어진 서울·부산시장 선거에 당헌까지 바꿔가며 후보를 내고 이기겠다며 갖은 애를 썼다. 그때 먼 산 보며 침묵하던 문 대통령과 이번 부사관 사건에 대해 ‘엄중 수사’를 지시하는 문 대통령은 같은 사람인가. 이 기막힌 이중성을 어떻게 설명할 건가.

청와대는 ‘김어준씨를 TBS 교통방송에서 하차시켜 달라’는 35만여명 청원에 대해 “개입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음모론을 흘리고 여권을 편들면서 정권 나팔수로 활약한 김씨에 대해 청와대는 “방송 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 문 정권이 출범 후 제일 먼저 한 일이 방송 장악이었다. 야당 추천 방송 이사에 대해 김밥값 몇천 원까지 문제 삼아 해임시켰다. 그것도 모자라 얼마 남지 않은 비판 언론을 매일같이 공격하고 있다. 방송통신위는 인허가 권한과 심의권을 휘두르며 방송 길들이기에 나서고 있다. 불리한 뉴스만 나오면 ‘언론 개혁’ 타령인 정권이 가짜 뉴스를 퍼뜨리며 국민 눈을 속여온 정치 장사꾼을 ‘언론 자유’라며 감싼다. 아무리 내로남불 정권이라지만 이 정도면 병적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