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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남은 1년도 빚 늘린다는 재정전략, 차기정권에 폭탄 돌리기

[사설]남은 1년도 빚 늘린다는 재정전략, 차기정권에 폭탄 돌리기

동아일보 입력 2021-05-28 00:00수정 2021-05-28 09:02

             

文대통령 “확장재정 기조 유지해야”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청와대에서 ‘2021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뒷줄 오른쪽부터 김부겸 국무총리,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하면서 “적어도 내년까지는 경기의 확실한 반등과 코로나19 격차 해소를 위해 확장재정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장기적으로 재정지출을 줄이는 ‘출구전략’ 필요성도 언급했다. 남은 임기 1년간 씀씀이는 줄이지 않겠지만, 내년 5월 들어설 정부는 지출 확대에 신중해야 한다고 주문한 셈이다.

한국은행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4.0%로 높일 정도로 수출과 내수가 나아지고 있지만 자영업자와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국가재정의 중장기 방향을 정하는 연례 회의에서 시장에 충격을 주면서까지 급격한 재정지출 축소로 방향을 틀긴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렇다 해도 연평균 100조 원 가까이 나랏빚을 늘린 정부라면 남은 기간 불요불급한 지출을 줄이려는 의지 정도는 비치는 게 정상이다. 현 정부 출범 전 20년간 늘어난 것보다 많은 10만 명의 공무원을 뽑아 장기 재정 부담을 키운 만큼 공무원 채용 속도를 늦추는 방안 등을 고려할 만하다. ‘통계형 일자리’란 비판을 받는 ‘세금알바’를 경기회복 속도에 맞춰 줄이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문 대통령은 이날 “확장재정으로 경제가 회복되면서 세수가 큰 폭으로 회복되고 있다”고 했다. 1분기 세수가 19조 원 늘었지만 확장재정 덕인지는 의문이다. 작년 코로나19로 유예됐던 세금이 걷혔고, 주식과 부동산 관련 세금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봐야 한다.

2년 전 같은 회의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 40% 경계선을 두고 대통령이 “근거가 무엇인가”라고 물은 이후 한국의 재정은 마지노선이 무너진 채 확대일로를 걸었다. 일자리 대란 대응, 팬데믹 상황 대처란 명목으로 추가경정예산 편성은 습관이 됐다. 결국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한국의 국가채무는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이라며 재정규율의 중요성을 지적하는 상황을 맞고 있다.

 

일본 독일 호주 등 선진국들은 이미 코로나 사태로 축난 재정을 향후 4, 5년 내에 복구할 계획을 중기 재정계획에 반영했다. 그런데 한국은 대다수 선진국이 헌법, 법률로 규정한 재정준칙조차 여당 등의 반대로 도입하지 못하고 있다. 임기 마지막 1년 동안에도 빚을 늘리면서 차기 정권에 해결을 떠넘기는 건 책임 있는 정부의 도리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