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입력 2021.03.06 03:24 | 수정 2021.03.06 03:24
LH 직원들의 신도시 땅 투기가 드러나 정부 합동조사가 진행중인데 당시 LH사장이었던 변창흠 국토부 장관이 "토지수용은 감정가로 매입하니 메리트가 없다. LH직원들이 개발 정보를 미리 안 것도 아니고, 이익 볼 것도 없다"고 말해 논란이 일고 있다.
변창흠 국토부 장관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과 관련, “직원들이 개발 정보를 미리 안 것도 아니고 이익 볼 것도 없다”고 했다. 변 장관은 “(LH 직원들이) 신도시 개발이 안 될 줄 알고 샀는데, 갑자기 신도시로 지정된 것 아닌가 생각한다”며 “신도시 토지 수용은 감정가로 매입하니 (투기할) 메리트가 없다”고 말했다. 투기 의혹을 사실상 부인한 것이다.
LH 전-현직 직원과 가족 등 13명이 3기 신도시 예정지인 광명·시흥 땅을 사들인 것은 LH가 내부적으로 후보지를 검토하던 시기였다. 이들은 농협 지점 한 곳에서 58억원이란 거액을 대출까지 받아가며 토지 매입에 나섰다. 특별 공급 아파트나 단독주택 택지 등을 받는 ’1000㎡ 이상' 조건에 맞춰 땅을 쪼개고, 토지 수용 때 별도 보상을 받는 묘목까지 심었다. 누가 봐도 토지 보상을 노린 투기다. 그런데도 개발 정보를 몰랐고, 이익 볼 것도 없다는 말이 어떻게 나오나. 진상 조사도 하기 전에 면죄부를 주겠다는 건가. 상식 이하 발언이 논란을 부르자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변 장관을 불러 “심할 정도로 매섭게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이런 ‘보여주기 쇼’로 넘어갈 일이 아니다.
변 장관은 3기 신도시 투기 실태 조사를 맡은 주무 장관이다. 객관적 조사를 위해 감사원이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많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감사원 대신 총리실 주관의 관계 부처 합동조사단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조사단엔 국토부·행안부·경찰청 등 부처·기관 6곳이 참여하지만 핵심 정보는 국토부 산하 한국부동산원이 갖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국토부가 주도하게 된다. 그런데 진상 조사의 열쇠를 쥐고 있는 국토부 장관은 벌써부터 ‘투기가 아니다'라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문제가 된 LH 직원들의 땅 투기 시점은 변 장관의 LH 사장 재직 기간과 정확히 겹친다. 변 장관이 책임을 면할 수 없다. 변 장관 자신이 조사 대상이 돼야 할지 모른다. ‘LH 두둔' 발언은 자신이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겠다는 건가. 이런 사람이 장관으로 있는 국토부가 사건 조사를 주도한다는 게 말이 되나.
LH 주도 주택 공급 대책에 문 대통령은 ‘변창흠표 정책’이란 이름까지 붙여줬다. 하지만 신도시 땅 투기 사건은 LH가 택지 개발부터 아파트 분양까지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공공 재개발·재건축 사업 모델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있다. 앞으로 토지 수용·보상 과정에서 땅주인들이 이의를 제기하면 어떻게 설득할 수 있나. 국민 신뢰를 회복하려면 조사 주도 기관을 감사원으로 바꾸고, LH가 과도한 권한을 가진 공공 개발 모델을 재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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