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호
- 최초승인 2023.04.15 10:55:20
- 최종수정 2023.04.15 17:46
4월15일은 김일성의 생일이다. 주민들이 평양의 광장에서 춤을 추는 등 갖가지 기념행사에, 주민들에게 온갖 선물을 나눠주는 북한 최대의 명절, 태양절이다.
1912년 평양에서 태어난 김일성의 본관은 전주(全州), 북한의 3대세습 독재자, 김일성과 김정일, 김정은은 전주 김씨다.
이들 ‘백두혈통’은 김일성의 전주 김씨 12대조 김계상이 전라북도 전주에서 평양으로 이주하면서 시작됐다. 김일성 본인도 자서전, ‘세기와더불어’에서 “8대조가 전주에서 평양으로 이주했다”며 이같은 사실을 밝히고 있다.
김정일은 2000년 남북정상회담 두달 후 박지원 당시 문광부 장관의 인솔로 남한의 언론사 대표들이 북한을 방문했는데, 방문 마지막 날 김정일 위원장 주최 만찬이 있었다.
이 자리에서 전주 MBC사장이 "전주에 전주 김씨 시조묘가 있습니다. 아십니까? 한번 오시지요"라고 말을 건넸다. 김 위원장은 "알고 있습니다. 수령님(김일성)이 계셨더라면 벌써 가셨을 것입니다. 답방하면 당연히 가야지요" 라고 말했다.
전주 김씨 시조(始祖), 김태서(金台瑞. ?~1257) 의 묘는 전북 완주군 모악산 자락에 있다. 김태서는 1254년 고려 고종 41년 왜군의 침입으로 경주 일대가 폐허가 되자 일족을 데리고 전주에 정착했다.
김태서는 경주 김씨로 신라 경순왕의 직계 후손이다. 경순왕(敬順王. ?~ 978)은 후백제의 끊임없는 침략을 견디지 못하고 국운이 다한 천년왕조를 고려의 왕건에게 넘긴 신라의 마지막 왕이다.
신과 조상을 섬기지 않는, 주체사상의 나라 북한에서 김일성 일가가 전주 김씨 사람들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한다. 경순왕의 비극이 담긴, 신라왕조의 후예라는 사실을 귿이 알리고 싶지도 않을 것이다.
경순왕 시절의 신라와 김정은의 북한은 비슷한 처지다. 다량의 핵탄두와 미국까지 도달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로 버티고 있다는 점이 그나마 차이라면 차이라고 할 수 있다.
경순왕릉은 휴전선과 인접한 경기도 연천군 장남면 고랑포에 있다. 신라왕릉 중 유일하게 경주가 아닌 곳이다. 경순왕이 여기에 묻힌 것은 신라를 고려에 바친 후 수도 개경 인근에 살았고 고려왕조에서 경주에 무덤을 만드는 것을 꺼려기 때문이라고 한다.
당초 경순왕의 운구행렬은 경주로 향하고 있었는데, 임진강 고랑포에 이르렀을 때 고려왕실에서 “왕릉은 개경 백리 밖에 쓸 수 없다”는 이유로 운구행렬을 막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경주김씨인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도지사 시절, 경순왕릉에서 열린 추향대제(秋享大祭) 같은 행사에 자주 참석했다.
2010년 5월, 당시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경순왕릉 주변 지뢰제거식에 참석해 “북한 김정일은 신라 경순왕의 역사적 교훈을 알아야 한다.”면서 “김정일 스스로 경순왕처럼 평화적 통일의 결단을 내리는 그날이 오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김정일은 경순왕의 역사적 교훈을 모른다. 탈북자만 2만명이 넘는다. 주민들은 굶주리는 데 핵을 만든다. 이처럼 허황된 시대착오적 모순은 더 이상 안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정은의 선조 경순왕은 신라와 고려의 평화적 통일이라는 역사적 결단을 내렸다. 1300년전의 역사는 되풀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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