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호모 사피엔스)은 개인 간에 유전적으로 99.9%가 동일하기 때문에 피부색이나 특정 형질로 인종을 차별할 수 없다. 겉으로 보기엔 다르지만 유전적으로는 동질성이 높기 때문에 언어나 문화적인 요소가 민족을 정의하는 데 더 중요한 기준이 된다.
유전적 다양성은 유전자의 변이 때문에 나타난다. 여러 인류 집단을 대상으로 유전자(핵 DNA) 변이가 얼마나 있는지를 조사하면 전체 유전적 다양성의 약 85%는 개인 간의 차이로 인해 한 집단 내에서 나타난다. 그리고 다른 집단 간에는 약 5%, 대륙 간에는 약 10%의 차이를 보인다.
핵 DNA와 달리 Y염색체 DNA와 미토콘드리아 DNA는 대륙 간에 30∼40% 차이가 난다. 예컨대 백인과 동아시아인의 미토콘드리아 DNA를 분석하면 대륙별로 특이한 돌연변이가 나타난다. 이 돌연변이 유전자형으로 백인인지 동아시아인인지를 식별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동아시아 민족 집단(몽골로이드)은 같은 계통의 유전자형을 공유하기 때문에 유전자로 민족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다만 공유하고 있는 유전자형을 실제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갖고 있는지는 민족마다 다르다.
Y염색체 DNA를 분석한 결과 한국인 집단에서는 내몽골 또는 만주 집단에서 분화된 것으로 추정되는 O2b(SRY+465) 유전자 계통이 남자 10명 중 3명꼴(약 30%)로 나타난다. 한국인 남자의 30%가 SRY+465 유전자형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동아시아 내에서 특징적으로 일본인 집단과 비슷한 수치다.
한국인 집단에서 SRY+465 유전자형을 가진 남자로부터 O2b1(P49) 계통이 분화된 이후 다시 이들은 O2b1a(47z) 계통으로 분화돼 약 2300년 전부터 수백 년에 걸쳐 일본으로 이주했다. 이들이 바로 일본에 농경문화와 철기문화를 가져간 야요이 족이다. 야요이 족은 일본 원주민인 조몬 족과 혼합돼 오늘날 현대 일본인 집단을 형성했다.
김욱 단국대 생명과학과 교수 wookkim@dankook.ac.kr
동아일보 입력2007.08.17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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